칼럼 | 화려한 AI보다 현실적 통제…구글이 제시한 에이전트 전략
구글이 지난주 개최한 연례 컨퍼런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6’에서 내놓은 발표 가운데 가장 주목할 점은 새로운 모델이나 TPU가 아니었다. 기업 전반에 제미나이를 확산하는 또 다른 방식 역시 핵심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는 하나의 인정이자, 동시에 경고에 가까운 메시지로 읽힌다.
에이전트에는 감독이 필요하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알고도 실행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우리는 에이전트를 분주하게 일을 처리하는 디지털 직원처럼 여기지만, 동시에 이들은 인증 정보와 예산, 메모리, 민감 데이터 접근 권한을 가진 취약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이기도 하다. 게다가 비용이 크게 들고 원인 추적이 어려운 방식으로 실패하는 특성까지 갖고 있다.
이것이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6’의 본질적인 메시지다. 많은 이들은 구글이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섰다고 해석하지만, 보다 흥미로운 해석은 구글이 이를 ‘통제하기 위해’ 등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구글은 ‘에이전틱 클라우드(agentic cloud)’를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요즘 어떤 행사에서도 빠지지 않는 주제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 8세대 TPU(Tensor Processing Unit), 새로운 워크스페이스 인텔리전스 AI(Workspace Intelligence AI) 기능, 그리고 기업 전반에 AI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한 다양한 통합 기능도 함께 발표했다. 에이전트 시대의 성과를 자축하는 자리로만 본다면 충분한 발표였다.
하지만 화려한 연출을 걷어내면 더 중요한 메시지가 드러난다. 지난 2년 동안 기업은 AI 에이전트에 열광해 왔고, 이제는 이들이 기업의 평판을 해치거나 재무적 손실을 일으키거나 민감 정보를 노출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는 구글을 비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발표일 수 있다.
“신뢰하되 검증하라”
AI가 단순히 말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을 수행하기 시작하는 순간, 기업 환경에서는 필수적인 질문들이 쏟아진다. 누가 이를 승인했는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어떤 시스템에 접근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그리고 필요할 경우 어떻게 중단할 수 있는지 등이다.
구글의 이번 발표는 상당 부분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됐다.
구글이 강조한 내용을 보면 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지식 카탈로그(Knowledge Catalog)는 기업 데이터 전반에서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맥락을 제공해 에이전트의 판단을 보완하도록 설계됐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에는 장시간 실행되는 에이전트를 포함해 이를 관리·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워크스페이스에는 에이전트의 데이터 접근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며 감사할 수 있는 기능이 도입돼 프롬프트 인젝션, 과도한 정보 공유, 데이터 유출 위험을 줄인다. 또한 구글 클라우드는 에이전트 방어 기능과 위즈(Wiz) 기반 보안 체계를 통해 클라우드와 AI 개발 환경 전반에서 에이전트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기능들은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할 때 필요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데모에서는 잘 작동했지만 실제 업무에 맡겨도 되는가”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한 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에이전트 관리 계층
업계 분석가들은 기업용 AI의 새로운 계층을 설명하는 용어로 ‘에이전트 컨트롤 플레인(agent control plane)’에 점차 합의하는 분위기다. 익숙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표현이다. 마치 쿠버네티스(Kubernetes)가 인프라를 통합 관리하듯, AI 에이전트의 동작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플랫폼을 떠올리게 한다. 즉, 다수의 AI 에이전트를 한곳에서 관리하고 관찰하며, 라우팅·보안·최적화를 수행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그 단계와 거리가 멀다.
에이전트에 컨트롤 플레인이 필요한 이유는 이들이 이미 직원을 대체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이 확률 기반 시스템인 에이전트를 기존의 결정론적 업무 프로세스에 연결하면서, 그 사이를 누군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데모에서는 자율성이 깔끔하게 보이지만, 실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에서는 상황이 훨씬 복잡하게 전개된다.
고객 데이터는 한 시스템에, 계약 정보는 또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예외 처리는 누군가의 이메일함에 남아 있으며, 정책 문서는 2021년에 업데이트된 PDF 파일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해당 업무 흐름을 이해하던 담당자는 팬데믹 기간 중 회사를 떠났을 수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환경에 이제 에이전트까지 추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필자는 구글의 컨트롤 플레인 전략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지나치게 정돈된 벤더의 서사에는 여전히 경계심을 갖는다. 통합 에이전트 플랫폼, 거버넌스, 모니터링, 평가, 관측성, 시뮬레이션 기능은 모두 필요하다. 특히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엮어 왔던 복잡한 운영 요소를 중앙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컨트롤 플레인을 실제 업무 그 자체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파일럿은 쉽고, 운영은 어렵다
에이전틱 AI 관련 데이터는 한 가지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기대감이 실제 운영 성숙도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 자동화 기술 카문다(Camunda)의 ‘2026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및 자동화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71%의 조직이 AI 에이전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지난 1년간 실제 운영 환경에 적용된 사례는 11%에 그쳤다. 또한 73%는 에이전틱 AI에 대한 비전과 현실 사이에 격차가 있다고 인정했다.
가트너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2027년 말까지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이유로는 비용 부담, 불명확한 비즈니스 가치, 미흡한 리스크 관리가 꼽힌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것이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형적인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운영 문제에 가깝다.
이 같은 흐름은 보안과 거버넌스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생성형 AI 관리 플랫폼 라이터(Writer)의 2026 조사에 따르면, 67%의 경영진이 승인되지 않은 AI 도구로 인해 데이터 유출이나 보안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36%는 AI 에이전트를 감독하기 위한 공식적인 계획이 없으며, 35%는 문제가 발생한 에이전트를 즉시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 가지 가운데서도 특히 마지막 수치가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업 시스템과 고객 데이터, 조직의 인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임에도 불구하고, 3분의 1이 넘는 기업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중단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에이전트는 덜 중요한 요소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환경의 숨겨진 진실은, 정작 에이전트 자체는 아키텍처에서 가장 덜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주목과 기대는 에이전트에 쏠리지만, 실제 핵심은 따로 있다. 인증과 권한 관리, 워크플로 경계 설정, 데이터 품질, 검색과 메모리, 평가 체계, 감사 추적, 비용 통제, 그리고 에이전트가 혼란에 빠졌을 때 어떤 시스템을 ‘단일 진실의 원천(source of truth)’으로 삼을지 결정하는 문제 등이 진짜 과제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에서의 발표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가 이미 도래했음을 증명하지는 않았다. 대신, 에이전틱 기업이 현실화된다면 결국 기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와 매우 유사한 모습이 될 것임을 보여줬다. 마법 같은 혁신보다는 거버넌스 중심의 구조로 수렴한다는 의미다.
이는 분명 진전이지만, 결코 ‘화려한 발전’은 아니다.
에이전틱 AI 시장에서 승자를 가려내고 싶다면, 가장 똑똑한 에이전트를 가진 기업을 찾기보다 데이터 계약이 명확하고, 평가 체계가 정교하며, 일관된 인증 모델을 갖추고, 비공식적인 ‘섀도우 AI’ 확산을 최소화하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업계는 이러한 이야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자율적으로 일하는 디지털 노동자에 대해 말하는 것이 데이터 계보나 접근 통제를 논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가 현실이 되는 지점은 바로 이런 ‘지루함’ 속에 있다.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를 성급히 선언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에이전트의 유용성은 결국 안전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지식 카탈로그 크로스 클라우드 레이크하우스 전략을 포함한 ‘에이전트 데이터 클라우드’ 개념은, 에이전트가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맥락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이 없다면 에이전트는 엔터프라이즈의 업무 수행자가 아니라, 시스템을 떠도는 ‘말 잘하는 관광객’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에서 가장 고무적인 발표는 에이전트를 더 자율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에이전트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능이었다. 에이전틱 AI는 거대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루할 만큼 안정적인’ 특성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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